링크드인에서 팔로잉하고 있는 박상길님의 책을 도서관에서 책 구경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분이지만 책에서 뭔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발견하는게 되게 반가웠다. 대학에서는 AI 공부를 했지만서도 회사에 있으면서 AI 기술을 다루지는 않았기에 감을 끌어올리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의 난이도는 내 기준 10점 만점에 3점 정도 되는 거 같다. 그리고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책 제목처럼 진짜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기술쪽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면 조금 어려울 거 같긴 하다.
자율주행, 검색엔진 등 딥러닝 기술들이 접목된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해주면서 큰 틀에서 보면 지금의 서비스들은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사용하던 방식에서 딥러닝을 활용함으로써 성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일관된 발전형태라는 것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특히 역사와 함께 기술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더욱이 맘에 들었다. 이런 비전공자들을 위한 책들이 오히려 전공책들보다 좋을 때도 있는데 이렇게 숲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자주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의 성향에 따라 편차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애초에 대상 독자를 다르게 설정해놓고 집필하기 때문에 글쓴이도 좀 더 큰 틀에서 바라보며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박상길님의 글은 잘 정돈되어 있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소설책 읽는 것처럼 물 흐르듯이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총 9장으로 이뤄져 있는 책이고 각 장마다 특정 주제를 다루고 있다. 모든 장이 흥미롭고 주제 선택도 탁월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은 2장의 알파고, 4장의 검색엔진, 7장의 챗봇|챗GPT, 9장의 추천 알고리즘이다.
2장에서는 Mechanical Turk라는 실제로는 아래에 숨어서 사람이 체스를 하는 자동 체스 기계 부터 시작해서 알파고까지 역사적인 흐름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Deepmind 팀이 알파고를 만들 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정책망, 가치망 등의 신경망을 세팅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4장의 검색엔진은 내가 지금 이 블로그를 SEO friendly로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장을 읽으면서 음.. 그냥 사람들이 좋은 사이트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역시 SEO를 뭐 기술적으로 아비트라지를 해서 할 게 아니라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고 그걸 잘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7장은 GPT에 대한 내용이다. Transformer가 나온지 그래도 꽤 됐는데 이게 아직도 지배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고, 정말 우리가 말하는 지식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GPT-2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AGI를 구현하는 방법이 이런 GPT 기반이지 않을까 했는데 GPT-5까지 나온 시점에서 다시 이 말을 되새겨보면 GPT-2를 가지고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물론 이것보다 훨씬 발전 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얘기한 것이기는 하지만) Transformer의 한계가 있는 거 같긴 해서 누군가가 또 Minimalism에 기반한 neat 아키텍처를 세상에 내놓지 않을까 싶다.
9장은 추천 알고리즘으로 별 다른 것보다 행렬 인수분해 파트가 흥미로워서 적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학교에서 AI 부전공할 때 matrix factorization을 배웠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ㅠㅠ 이런 공부도 시간 내서 해야 할 텐데. 암튼, 이것도 원래 수학적으로 뭘 하려고 하다가 딥러닝 모델 도입하고선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사담이지만, 유튜브는 추천 시스템보다도 검색 시스템을 개선했으면 하는 것이 내가 어떤 주제가 궁금해서 검색한 비디오보다 검색으로 찾은 영상들을 보다가 다시 홈 페이지로 갔을 때 추천되는 영상들이 품질이 뛰어난 영상인 경우가 많았다. 또 나는 추천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특정 플랫폼에 락인 시키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좋은 컨텐츠, 자료가 있는 상황에서 추천 알고리즘이 의미가 있지 않나 싶은데 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 플러스 중 뭘 선택할지 고민할 때 추천 알고리즘이 어디가 좋은 지 고민하지는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 플랫폼들은 이게 중요하게 작용하는 거 같긴 하다. 기본적으로 음원 발매는 메이저 플랫폼 사에 모두 업로드하기 때문이다. 산업마다 추천 알고리즘이 중요한 요소인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지만 유독 이 알고리즘만 이 책에서 다룬 다른 알고리즘에 비해서 서비스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아서 한번 길게 적어봤다.